빌립보서 2장 ‘그리스도 찬가’의 의미 – 장재형목사

Ⅰ. 서론: 장재형 (장다윗, 올리벳대학교설립)목사 강해의 신학적 토대와 문제의식

장재형 목사는 국내외 여러 교회 공동체와 신학교육 현장에서 수십 년간 사역하며 신약성경을 깊이 해설하고 강해 설교를 전개해 온 신학자이자 목회자이다. 그의 신학적 관심과 성향은 그리스도 중심적이며, 특히 성육신(Incarnation) 신학을 구원론, 교회론, 그리고 하나님 나라 사상과 결합하여 풍성한 의미를 도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성육신을 단지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셨다”는 교리적 진술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신적 존재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와 피조물의 연약함과 고통을 몸소 감당한 사건, 나아가 세상의 질서와 인간 기대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변혁적 구원 전략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성육신 이해는 크리스마스 서사의 감상적 낭만주의를 넘어선다. 장 목사는 성육신을 통해 하나님이 세상 질서, 인간 기대, 권력 구조, 종교적 위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신다고 본다. 이는 하나의 “성육신적 패러다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부터 공생애, 십자가 죽음, 부활, 승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중심 주제이다. 이 성육신 패러다임 안에서 하나님 나라는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창출하는 변혁적 동력을 얻게 된다.

장재형 목사가 빌립보서 2장을 신학적 해설의 핵심 본문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바울 사도의 “그리스도 찬가”(빌 2:5-11)는 초기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kenosis)과 순종을 신앙 고백과 예배 속에 담아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또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기록된 예수 탄생 기사 역시 하나님의 아들이 기대와 정반대되는 비천한 방식으로 오심으로써 성육신이 갖는 변혁적 성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의 목적은 장 목사의 이러한 신학적 관점과 해설을 토대로, 빌립보서 2장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낮아지심, 그리고 복음서 탄생 기사에 드러난 성육신 신비를 신약성경 전체 문맥에서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21세기 교회와 신앙인의 삶에 적용하는 길을 모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갈라디아서, 로마서, 에베소서, 고린도전후서, 히브리서 등 다양한 서신서들과 연계하여 성육신 신학을 확장하고, 초기 교회 신앙 고백 전통과 현대 교회 예배, 선교 현장에까지 연결해 나갈 것이다.

Ⅱ. 빌립보서 2장: 그리스도의 마음과 낮아지심의 신학

빌립보서 2장은 바울이 빌립보 교회 공동체에 보낸 권면이며, 동시에 초기 교회가 그리스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예배했는지 엿볼 수 있는 신학적 단서다.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라고 권면한다. 이 명령은 단지 윤리적 모범을 넘어, 신적 존재의 자기 비움과 순종이 구원을 실현하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주는 기독론적 선언이다.

빌립보서 2장 6-11절에 위치한 “그리스도 찬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하나님의 본체이심에도 불구하고 그 영광을 붙잡지 않고 자기를 비우신 예수의 “낮아지심”(6-8절)이다. 둘째는 이렇게 낮아지신 예수께서 십자가 죽음에까지 순종하신 뒤 하나님께 높임을 받으시는 “높아지심”(9-11절)이다. 이 찬가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예배나 신앙 고백의 중심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재형 목사는 이 대목에서 “자기 비움(kenosis)” 개념에 주목한다. 고대 교회 전통과 현대 신학자들이 해석하듯 kenosis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포기적 사랑의 정점이다. 예수는 단지 인간이 되신 것이 아니라, 종의 형체를 취하고, 수치와 고통을 짊어지며 십자가 형벌에까지 자신을 낮추신다. 이는 성육신이 추상적 개념이 아닌,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다는 충격적이고 변혁적 사건임을 의미한다.

바울이 이 찬가를 빌립보 교회에 제시한 이유는 공동체 윤리적 요청과 연결된다. 빌립보 공동체 안에 분열이나 경쟁 의식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바울은 “같은 마음, 같은 사랑, 한 뜻”(빌 2:2)을 품으라고 당부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kenosis를 공동체의 윤리적 토대로 삼으라는 뜻이다. 장 목사는 이를 통해 교회 윤리가 단순한 도덕적 규범이 아니라, 성육신적 구원 패턴을 따르는 실천적 신앙임을 강조한다.

Ⅲ. 복음서 탄생 이야기 속 성육신의 신비

빌립보서 2장의 kenosis 신학은 복음서의 탄생 이야기에서 생생한 서사적 형식을 갖춘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탄생 기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조건 속에 오셨는지 극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성육신의 변혁적 의미를 드러낸다.

마태복음 1-2장은 예수가 다윗 왕통을 잇는 메시아임을 밝히면서도, 이 메시아가 기대와 달리 낮고 연약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방 박사들이 먼 길을 와 아기 예수께 경배하는 장면은 메시아가 유대인을 넘어 모든 민족을 위한 왕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폭력적 통치자 헤롯의 방해와 실패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 권력의 논리를 흔들고 균열을 일으킨다. 성육신은 인간 권력이 상징하는 높음과 강함이 아닌, 낮음과 연약함의 길을 통해 하나님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변혁적 사건임을 알린다.

누가복음 2장은 더 직접적으로 “낮은 자리의 신학”을 강조한다. 인구 조사 명령으로 혼잡한 상황에서,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에 이르나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를 낳는다. 예수는 구유(여물통)에 눕혀지고, 가장 먼저 이를 알게 된 목자들은 당시 사회의 하층민으로서, 종교나 사회적 중심부로부터 소외된 이들이었다. 천사들의 찬양은 우주적 경이를 펼치지만, 그 한가운데 있는 예수는 비천한 장소에 있다. 이는 성육신이 단지 우주적 구원을 약속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남을 강조한다. 장 목사는 이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세상의 가치 기준을 변혁적으로 재정립하는 방식으로 임한다는 점을 짚어낸다.

곧, 탄생 기사 속 성육신의 신비는 하나님이 높은 곳에서 인간을 내려다보는 대신, 인간 삶의 밑바닥으로 들어오셨음을 시각화한다. 이는 빌립보서 2장에 언급된 그리스도의 kenosis와 일치한다. 예수의 탄생은 왕궁이나 부요한 환경이 아니라, 낮고 연약한 이들의 삶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이런 변혁적 패턴을 통해 복음은 단순히 기존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세계 질서를 뒤집고 새로운 문법으로 재편하는 하나님의 구원 전략임을 드러낸다.

Ⅳ. 장재형 목사의 다른 서신서 강해와 성육신 신학의 확대

장 목사는 바울 서신과 일반서신 강해를 통해 성육신 신학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 구체화한다. 이는 성육신이 예수 탄생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약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근본적 신학 패러다임임을 보여준다.

갈라디아서 4:4-5에서 바울은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셨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여자에게서 나게 하셨다”는 말은 성육신을 통해 예수가 완전히 인간 조건 아래 들어오셨음을 강조한다. 장 목사는 이를 성육신이 율법 아래 갇힌 인류를 자유케 하는 필수조건으로 해석한다. 성육신이 없었다면 인류는 죄와 율법의 구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갈라디아서의 핵심 메시지인 “자유”는 성육신을 통해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 구원으로 귀결된다.

로마서에서는 하나님의 의(義)가 복음 안에서 나타나며, 이 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삶, 죽음, 부활을 통해 역사적으로 구현된 관계적이고 구체적인 의로 해석된다. 장 목사는 이를 “성육신적 의(義)”라 부르며, 추상적 개념이나 율법적 정의가 아닌, 변혁적 사랑과 희생을 통해 죄를 극복하는 하나님의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형벌이나 심판이 아닌, 자기 비움과 연대의 방식으로 죄 문제를 해소하는 새로운 구원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에베소서 1:10에서 바울은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언급한다. 장 목사는 이를 성육신을 통해 우주적 구원과 화해의 문이 열린 것으로 해석한다. 성육신은 인류뿐 아니라 온 피조물 세계에까지 미치는 우주론적 의미를 갖는다. 만물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회복되는 이 종말론적 비전은 성육신이 단지 인류 구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주적 갱신과 회복을 목표로 하는 변혁적 구원 계획임을 시사한다.

고린도전후서에서 바울은 십자가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 세상의 지혜와 권력 논리를 무력화한다고 말한다. 성육신과 십자가는 하나님의 변혁적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전능하신 창조주가 강권적으로가 아닌, 약함과 낮아짐으로 세상 구조를 뒤집으신다. 장 목사는 여기서 교회가 세상의 힘이나 부, 제도적 안정성에 의존하기보다, 성육신적 약함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할 것을 강조한다.

히브리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동일한 육신을 입고 고난과 시험을 당하셨기에 완전한 대제사장이 되셨음이 강조된다(히브 2:14-18). 장 목사는 성육신이 예수께서 단지 인간의 외형을 취한 것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비극적이고 연약한 자리에까지 들어오신 사건임을 상기시킨다. 이를 통해 예수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온전한 중보자가 되고,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변혁적 대제사장 사역을 펼치신다.

이처럼 바울과 다른 저자들의 서신서에서 나타난 구원론적, 우주론적, 공동체적, 윤리적 의미들은 모두 성육신 신학을 통해 확장해볼 수 있다. 장재형 목사가 강조하듯, 성육신은 신약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적 열쇠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얼마나 깊고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지 깨닫게 된다.

Ⅴ. 성육신 신학의 윤리적, 실천적 적용

성육신 신학이 단순히 교리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성육신 사건의 역사적 실재성과 구체성을 배반하는 일이다. 장재형 목사는 성육신 신학이 궁극적으로 교회 공동체와 신앙인들의 삶 속에서 실천적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빌립보서 2장에서 바울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고 명령한다. 이는 성육신적 겸손과 자기 비움, 순종과 희생적 사랑을 공동체 안에서 구현하라는 요청이다. 교회 공동체 내 권위주의나 경쟁, 성공 지향적 문화, 번영 신학은 성육신적 패러다임과 충돌한다. 예수께서 영광을 움켜쥐지 않고 종의 모습으로 내려오셨듯이, 교회도 낮은 자리를 선택하고 서로를 섬기며, 변혁적 사랑으로 새 인간성을 구현해야 한다.

성육신 신학은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요청한다. 예수께서 가장 낮은 자리로 오셨다면, 교회는 사회적 밑바닥, 주변부, 소외된 이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며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 이는 난민, 가난한 이들, 억압받는 여성과 아동,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환경 파괴로 인한 희생자들을 돌보는 실천으로 드러난다. 성육신적 돌봄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공유하고 구조적 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혁적 참여를 의미한다.

또한 성육신 신학은 다문화, 다종교 시대에서 선교 원리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수께서 인간의 언어와 문화, 역사 속에 들어오셨듯이, 교회는 타문화, 타종교권으로 나아갈 때 해당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복음을 성육신적으로 전해야 한다. 이는 일방적 개종 강요나 문화적 우월주의가 아닌, 대화와 공감을 통한 변혁적 선교를 의미한다. 복음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있는 관계와 상황 속에서 의미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Ⅵ. 초기 교회의 신앙 고백과 예배 전통에서의 성육신 해석

빌립보서 2장에 담긴 그리스도 찬가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신앙 고백 혹은 예배용 찬송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육신 신학이 바울 개인의 사변이 아니라, 초대 교회가 예배와 찬양, 신앙 고백을 통해 공유한 중심 진리였음을 보여준다.

장 목사는 성육신이 교회 전통 속에서 점진적으로 정교화되었다고 본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조나 칼케돈 신조는 예수 그리스도가 참 하나님이자 참 인간임을 선언하며, 성육신 신비를 교리적 기준으로 확립했다. 초대 교회는 성육신을 단지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찬 예식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분배함으로써 이 신비를 예배 행위 속에서 생동감 있게 재현했다.

현대 교회 예배에서도 성육신 신학은 단지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매주 드려지는 예배 속 설교, 성찬, 공동 기도를 통해 우리는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그의 낮아지심과 십자가 정신을 재음미한다. 장 목사는 성육신적 예배가 화려한 장식이나 웅장한 음악보다, 약함 속에서 능력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방식과 서로 섬기는 공동체적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Ⅶ. 성육신 신학과 신앙인의 일상적 삶

성육신 신학의 궁극적 목표는 신앙인의 일상적 삶을 변혁하는 데 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가정, 직장, 학교, 사회 어느 영역에서든 성육신적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의와 억압,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 맞서 변혁적 사랑과 희생을 실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소비자 중심 문화 속에서 가난한 이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환경 파괴 앞에서 창조 세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권력 구조 속 약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 성육신 신학은 추상적 논리가 아닌, 이러한 구체적 삶의 문제에 대한 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

장 목사는 성육신 신학이 고난과 연약함의 순간에도 희망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고통과 불안, 질병, 실패, 상실, 외로움의 순간에 성육신하신 하나님은 그 한계 안으로 들어오신다. 이로써 고통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변혁적 구원의 통로로 변화될 수 있다. 성육신 신학은 고통 당하는 이웃을 위로하고, 우리 역시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타인을 품을 수 있는 영적 근거를 마련한다.

Ⅷ. 다문화·다종교 사회에서의 성육신적 선교와 대화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교회는 타문화, 다종교 사회 속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장재형 목사는 선교가 일방적 강요나 문화적 제국주의를 배제하고, 성육신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슬림 사회나 불교 문화권, 혹은 한국 내 다문화 공동체를 향한 선교에서, 성육신적 선교는 그들의 문맥과 역사, 상징체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복음을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전하는 과정이다. 이는 타자의 정체성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변혁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다. 이처럼 성육신 신학은 세계 교회와 선교적 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Ⅸ. 성육신 신학의 공공 신학적 함의

오늘날 신학은 교회 담장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 영역으로 나가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성육신 신학은 이러한 공공 신학 담론에서 중요한 참고점이 된다. 하나님은 피조세계와 인간사회 한복판에 성육신하셨고, 예수는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이슈들과 맞닿아 있다. 교회는 사회적 불의, 평화, 인권, 생태 위기 등 공적 이슈에 대해 성육신적 관점으로 대응해야 한다.

장 목사는 성육신이 단지 교회 안 예배실에서 묵상되는 신비가 아니라, 광장과 거리, 시장과 공공 장소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의 삶이 보여주듯, 하나님 나라는 제국의 권력 논리를 해체하고 약자를 한가운데 세우며, 지속 가능한 정의와 평화를 꿈꾼다. 성육신 신학은 이웃 국가의 난민 문제, 자본주의 경제 구조 속의 착취, 생태계 파괴로 인한 생명 위기 등에 대한 교회의 책임 있는 실천을 촉구하며, 이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Ⅹ. 결론: 성육신 신학의 통합적 전망

약 7000단어에 걸쳐 살펴본 바와 같이, 장재형 목사가 빌립보서 2장을 비롯한 신약성경 전반과 복음서 탄생 기사, 그리고 바울 서신 및 일반서신 강해를 통해 전개한 성육신 신학은 다음과 같은 통합적 전망을 제시한다.

첫째, 성육신은 하나님이 인간 역사와 삶의 조건으로 몸소 들어오신 사건이며, 이는 신적 겸손과 자기 비움을 통해 기존 세계관과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변혁적 구원 전략을 보여준다. 빌립보서 2장의 그리스도 찬가는 초기 교회 공동체가 성육신과 십자가 사건을 신앙 고백과 예배의 중심에 두었음을 시사한다.

둘째,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탄생 이야기는 성육신의 신비를 서사적으로 풀어냄으로써 하나님의 아들이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심으로써 변혁적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다. 이는 성육신이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권력 구조를 재편하며,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임하는 해방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장 목사의 다른 서신서 강해에서 성육신 신학은 갈라디아서의 자유, 로마서의 의, 에베소서의 우주적 통일, 고린도전후서의 십자가 지혜, 히브리서의 대제사장 사역 등 신약성경 전체를 새롭게 해석하는 신학적 열쇠가 된다. 이를 통해 성육신은 우주론적이고 구원사적이며 공동체적 의미를 포괄한다.

넷째, 성육신 신학은 교회 공동체와 신앙인의 윤리적 실천을 요청한다. 이는 약자를 돌보고, 사회 정의를 추구하며, 다문화·다종교적 상황에서 대화와 공감을 통해 복음을 나누는 성육신적 선교, 공공 영역에서의 정의와 평화 실천 등으로 확장된다.

다섯째, 초기 교회 신앙 고백 전통과 예배 문맥에서 성육신 신학은 예배와 성찬, 세례, 말씀 선포를 통해 공동체 정체성에 심겨졌다. 현대 교회도 성육신 정신을 반영하는 예배와 공동생활을 통해 예수의 낮아지심과 자기 비움의 길을 재현해야 한다.

결국 성육신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죽음, 부활을 관통하며, 신약성경을 풀어내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는 단지 학문적 관심이나 교리 논쟁의 소재가 아니라, 삶과 예배, 선교, 윤리, 공공 영역까지 아우르는 실제적 동력이다. 장재형 목사가 강조하듯, 성육신은 오늘날 교회와 신앙인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그가 그러하셨듯 이 땅의 밑바닥과 주변부로 들어가 다른 이들을 섬기며 하나님의 나라를 변혁적으로 실천하는 근본 원리다.

이러한 성육신 신학을 깊이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때, 우리는 빌립보서 2장과 복음서 탄생 기사에 담긴 성육신의 신비를 넘어, 신약성경 전체가 펼치는 근본적 구원 드라마에 참여하게 된다. 그 참여는 교회와 세상의 경계를 넘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은혜와 진리가 넘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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